AI 성우 저작권

AI 성우 목소리 논쟁, 법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rich-news1 2025. 7. 1. 14:00

AI 성우 기술은 이제 단순히 기계적으로 읽는 음성을 넘어, 인간의 말투, 억양, 감정 표현까지 구현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음성 합성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특정인의 말버릇이나 말투, 심지어 감정 전달 방식까지 AI가 학습하고, 이를 활용해 실제 성우의 목소리와 거의 구별이 불가능한 음성을 생성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기술의 진보는 콘텐츠 제작자에게는 혁신적인 도구이지만, 실제 성우 업계에서는 심각한 법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AI가 생성한 음성이 특정 성우의 목소리와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 퍼블리시티권, 인격권, 저작권 등 복합적인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의 없이 성우의 특징적 음색을 모사하거나, 그와 유사한 음성으로 상업적 콘텐츠를 제작할 경우, 이는 단순한 기술 활용을 넘어 법적 침해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실제 성우와 유사한 AI 음성이 생성되었을 때 발생하는 주요 법적 쟁점과 대응 방향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경계를 넘나드는 AI 성우의 음성

 

AI 성우 음성과 퍼블리시티권 침해의 기준

 

퍼블리시티권은 개인이 자신의 이름, 얼굴, 목소리, 이미지 등을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이는 단지 유명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성우, 방송인, 연예인 등 자신의 음성이 특정 브랜드 가치를 형성하거나 상업적 가치로 이용되는 경우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 문제는 AI 성우 기술이 해당 인물의 목소리를 직접 녹음하지 않고도, 유사하게 구현한 목소리를 상업 콘텐츠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실제 성우 A와 매우 유사한 말투와 억양을 가진 AI 성우가 상품 광고에 사용되었다면, 소비자는 A가 광고에 출연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이는 A의 명예뿐 아니라 A가 참여하지 않은 콘텐츠에서 자신의 이미지가 무단 활용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국은 퍼블리시티권을 명확히 규정한 단일 법이 없지만, 민법상 인격권, 부정경쟁방지법, 저작권법의 해석을 통해 음성 유사성으로 인한 상업적 오인 유발이 위법 행위로 판단될 수 있다. 이처럼 AI 성우 기술이 성우의 음성을 간접적으로 재현했더라도, 소비자의 인식에서 특정인을 연상시킨다면,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AI 성우 학습 데이터와 저작 인접권 문제

 

AI 성우는 수많은 음성 데이터를 학습해 결과물을 생성한다. 이때 사용되는 음성 데이터가 실제 성우의 방송, 강의, 오디오북 등에서 추출된 것이라면, 해당 성우의 동의 없이 이를 활용한 것은 저작 인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저작 인접권은 저작물을 연기하거나 낭독한 사람에게 부여되는 권리로, 성우가 콘텐츠에 참여하여 낭독한 음성 역시 보호받을 수 있다.

즉, AI 개발자가 공개된 오디오북이나 성우가 참여한 드라마 CD의 음성을 학습 데이터로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유사한 음성을 만들어 상업적으로 이용한 경우, 단순한 기술 활용이 아닌 권리 침해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더욱이 이러한 학습 과정이 비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음성 데이터의 출처가 명확히 고지되지 않는다면, 성우는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었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이에 따라 AI 성우 기술에 대한 법적 규율은 단지 생성 결과물이 아닌, 학습 과정에서의 데이터 수집 및 활용 단계부터 엄격히 관리되어야 한다. 현재 유럽연합의 GDPR이나 미국 일부 주법에서는 생체 정보로서의 음성을 학습에 활용할 때 반드시 사전 동의를 요구하고 있으며, 한국도 이에 상응하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AI 성우 음성과 인격권 침해의 가능성

 

성우의 목소리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표현 수단이며, 그 사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AI가 유사한 목소리를 생성하여 이를 다양한 맥락에서 사용했을 때, 성우 개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왜곡된 이미지나 의미가 전달될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AI 성우 음성이 성우 본인의 말투와 유사한 형태로 구성되었지만, 선정적이거나 정치적으로 편향된 콘텐츠에 사용될 경우, 이는 성우 개인의 인격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인격권은 단순히 명예 훼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사회적 정체성이 소비되는 행위에 대해 방어할 권리가 인격권의 핵심이다. 그런데 AI 성우가 생성한 음성이 성우 본인과 유사하게 들리고, 그 결과물이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있는 콘텐츠로 확산된다면, 이는 명백한 정신적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 문제는 AI 콘텐츠가 디지털 환경에서 빠르게 복제되고 확산된다는 특성상, 피해 발생 이후에 회복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인격권 보호를 위해선 AI 음성 생성에 대한 사용 가이드라인과 더불어, 유사 음성 생성 차단 기능, AI 음성의 워터마크 삽입, 생성 이력 기록 장치 등이 기술적으로 병행되어야 한다.

 

AI 성우 유사성에 대한 법적 대응과 제도 정비 방향

 

현재 한국에는 AI 성우 기술로 인해 발생하는 음성 유사성 문제를 명확하게 규제하는 개별 법률은 없다. 다만 민법, 저작권법, 개인정보보호법, 부정경쟁방지법 등 여러 법률을 복합적으로 적용해 분쟁을 해결하려는 시도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 방식은 피해자에게 입증 책임이 과도하게 부과되고, 법적 보호 범위가 불명확하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AI 성우 기술이 산업 전반에 확산되는 현 시점에서, 독립적인 법제 마련이 필요하다.

우선, AI 음성 생성물에 대해 유사 음성 판별 기준을 마련하고, 소비자에게 오인을 유발할 수 있는 콘텐츠에는 AI 생성 음성임을 명시하는 표시 의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성우의 목소리를 포함한 음성 데이터를 개인의 생체정보로서 명확히 규정하고, AI 학습 시 동의 절차를 필수로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AI 음성을 활용한 콘텐츠에 대한 퍼블리시티권·인격권 보호 기준도 입법화해야 한다. 단지 기술이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이 허용되어서는 안 되며, 기술이 사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사회적, 법적 정비가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