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티빙 등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OTT(Over-the-top) 서비스는 영상 콘텐츠 유통 방식의 혁신을 끌어냈다. 소비자는 이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콘텐츠를 선택해 감상할 수 있으며, 자막과 더빙은 그 콘텐츠의 글로벌 확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특히 ‘더빙’은 외국어 콘텐츠를 지역화하는 핵심 수단이지만,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AI 성우를 활용한 자동 더빙 기술이다. AI 성우는 사람의 목소리를 학습해 특정 언어의 음성을 생성할 수 있으며, 다국어 음성 더빙도 빠르게 자동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일부 OTT 서비스와 제작사들이 실제 성우 대신 AI 음성을 활용하여 콘텐츠를 다국어로 더빙하거나, 콘텐츠 제작 단계부터 AI 음성을 삽입하는 방식까지 도입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OTT 및 스트리밍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서 AI 성우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법적 허용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저작권과 퍼블리시티권의 충돌 가능성을 중심으로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OTT 플랫폼에서 AI 성우의 활용 방식
OTT 플랫폼은 수백 개의 언어와 수천 개의 콘텐츠를 동시에 운영해야 하므로, 번역 및 더빙에 드는 자원이 매우 크다. 전통적인 더빙 작업은 전문 성우의 섭외, 녹음, 편집, 혼합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며, 언어별로 별도의 녹음 세션을 진행해야 하는 구조다. 반면 AI 성우 기술은 하나의 텍스트 스크립트만 있으면, 언어, 억양, 감정 스타일을 자동으로 적용한 다국어 음성 생성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제작된 영어 애니메이션을 한국, 일본, 스페인 시장에 동시 배포할 경우, AI 성우 엔진을 활용하면 하루 이내에 각국의 언어로 더빙된 버전 생성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음성과 입 모양을 자동으로 일치시키는 ‘AI 리핑 동기화’ 기술까지 적용돼, 실제 인물의 입 모양에 맞춰 AI 음성을 자연스럽게 삽입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OTT 제작사는 이를 통해 저비용·고속 콘텐츠 현지화 Localizing)이 가능하며, 나아가 기존에는 더빙이 불가능했던 저예산 콘텐츠에도 다국어 버전을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유튜브 자동 더빙 서비스, 해외 다큐멘터리의 AI 내레이션 삽입, 웹드라마의 AI 음성 변환 등 다양한 방식으로 AI 성우가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콘텐츠 접근성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AI 성우 음성의 법적 지위와 허용 범위
AI 성우 기술의 핵심은 기존 성우의 음성을 기반으로 음성 모델을 학습시키는 과정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법적 쟁점은, AI로 생성된 음성이 독립된 저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 그리고 원 성우의 권리는 어떻게 보호되는가이다. 현재까지 AI가 만든 음성은 인간의 창작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저작권법상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인 입장이지만, 성우의 퍼블리시티권은 명확히 보호 대상으로 간주한다.
즉, AI 성우가 실제 성우의 목소리나 말투를 직접 학습하여 유사한 음성을 생성한 경우, 해당 성우의 동의 없이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OTT 플랫폼에서 이러한 음성을 콘텐츠에 삽입해 방송하거나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 해당 성우가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특히 성우 본인이 “이건 내 목소리를 모방한 것이다”라고 주장하며, 시청자 역시 이를 인지할 수 있다면, 퍼블리시티권 침해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더 나아가, AI 성우 음성을 활용한 더빙 콘텐츠가 특정 국가에 유통될 경우, 그 국가의 저작권법, 개인정보보호법, 성우 조합 규정 등 다양한 법률과 충돌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은 AI 생성 콘텐츠에 대한 출처 표기 의무, 데이터 학습 출처 투명성 등의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OTT 제작 현장에서 발생하는 법적 충돌 사례
이미 일부 OTT 제작 현장에서는 AI 성우 도입과 관련된 법적 충돌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은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영어 더빙 작업에 실제 성우 대신 AI 성우 기술을 활용했으며, 이를 통해 수십 편의 콘텐츠를 신속하게 번역하고 출시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부 성우가 “내 목소리 학습 동의 없이 유사한 톤과 억양의 음성이 만들어졌다”고 항의했고, 해당 제작사는 논란 이후 일부 에피소드의 음성을 다시 교체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유명 성우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제작된 AI 음성이, 제작사 측에 의해 실제 성우와 협의 없이 해외 콘텐츠에 활용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으며, 해당 성우는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법적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이처럼 OTT 콘텐츠가 글로벌로 확산하며 콘텐츠 제작 및 유통 과정에서 AI 성우 음성의 권리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히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충돌이 발생했을 때, 어느 나라의 법을 적용할 것인가, 그리고 성우 본인의 동의가 없더라도 AI 음성이 다른 사람의 목소리라는 점에서 면책이 가능한가 등에 대한 법적 판단 기준이 아직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OTT 콘텐츠는 국경을 넘나들며 유통되기 때문에, 각국 법률 간 충돌도 향후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OTT 플랫폼, 제도적 정비와 공정한 기술 활용을 위한 방향
OTT 플랫폼에서 AI 성우 기술을 안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제도적 장치와 산업계 내부의 기준 정립이 시급하다. 첫째, AI 음성 기술에 기반한 콘텐츠 제작 시, 학습된 음성 데이터의 출처와 동의 여부를 명확히 표기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제작사가 직접 성우와 계약을 맺고 AI 학습을 수행한 경우와, 공개된 음성 데이터를 사용한 경우를 구분해 그 범위와 책임을 구체화해야 한다.
둘째, OTT 플랫폼은 AI 성우가 사용된 콘텐츠에 대해 시청자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콘텐츠 신뢰성을 높이고, AI 생성물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이 콘텐츠는 AI 음성 기술로 생성된 더빙이 포함되어 있습니다’라는 고지를 의무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셋째, 성우 업계와 AI 음성 플랫폼 간의 협력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성우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AI 모델을 개발하고자 한다면, 성우에게 일정 수익을 배분하거나, 저작인접권 형태의 권리를 인정하는 계약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이를 통해 AI 기술의 상용화를 저지하지 않으면서도,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
넷째, 글로벌 OTT 기업은 각국의 AI·콘텐츠·저작권 관련 법률을 사전에 검토하고, 국가별 법적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다국적 AI 콘텐츠 운용 가이드라인’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유럽과 한국, 미국은 각각 다른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법률 자문 없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AI 성우 활용, 기준 없는 혁신은 충돌을 낳는다
AI 성우는 OTT 산업의 더빙·내레이션 구조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빠른 콘텐츠 제작, 비용 절감, 다국어 지원이라는 장점은 분명 매력적이며, 실제로 많은 제작사와 플랫폼이 이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여전히 기술과 권리 사이의 충돌, 특히 성우의 퍼블리시티권과 AI 음성의 저작권적 지위에 대한 공백이 존재한다.
AI 음성을 제작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원 성우의 동의 여부, 유사성의 판단 기준, 국가별 법률과의 충돌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OTT 플랫폼과 제작사는 예상치 못한 법적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 기술은 빠르게 진보하고 있지만, 그 기술이 영향을 미치는 사람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와 기준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앞으로 AI 성우 기술이 OTT 콘텐츠의 필수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명확한 법적 기준, 산업계의 윤리적 합의, 그리고 창작자와의 공정한 계약 구조가 전제되어야 한다. 기술이 콘텐츠를 대체할 수는 있어도, 사람의 권리를 대체할 수는 없다는 원칙에 따라,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산업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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