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성우의 목소리는 저작권을 가질 수 있는가?

 

🔰 AI 성우 기술의 발전과 새로운 법적 질문

최근 몇 년 사이 AI 성우 기술은 인간의 음성과 거의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해졌다. 감정 표현, 억양 조절, 말투와 속도까지 조작이 가능해지면서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 실제 성우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용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유튜브, 오디오북, 광고, 온라인 강의 등에서 AI 성우는 비용 절감과 제작 효율성을 앞세워 폭넓게 활용되고 있으며, 일부 크리에이터는 AI 음성만으로도 수익을 올리는 데 성공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이 널리 퍼질수록 중요한 문제가 제기된다. 바로 AI가 생성한 목소리에도 저작권이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기존 저작권 체계는 ‘인간의 창작 행위’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해 법적 권리를 어떻게 부여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특히 생성된 음성이 기존 성우의 음색이나 말투와 유사할 경우, 저작권뿐 아니라 퍼블리시티권과 인격권까지도 얽히는 복합적인 법적 쟁점이 발생한다. 이 글에서는 AI 성우가 만든 목소리의 저작물성 인정 여부와, 그 목소리에 어떤 권리가 귀속되는지에 대해 법적·기술적·윤리적으로 분석해본다.

전세계 지도위 커다란 나무의 줄기마다 모니터와 모바일 화면들이 걸려있고 화면에는 사람그림이 있는 이미지

 

AI 성우가 만든 목소리는 창작물로 볼 수 있는가?

 

AI 성우가 생성한 목소리가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으려면, 그것이 ‘창작물’로 인정되어야 한다. 현행 저작권법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보호 대상으로 본다. 따라서 AI가 자동 생성한 음성은 법적으로 ‘창작물’이 아니라는 것이 원칙이다. 단순히 텍스트를 입력하고, AI가 자동으로 음성을 만들어냈다면, 이는 창작 행위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콘텐츠 제작자가 AI 성우 음성에 특정한 감정 톤, 억양, 발화 속도 등을 기획하고, 전체 음성을 편집·배열해 스토리텔링에 맞춰 구성했다면, 이는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포함된 결과물로 간주될 여지가 생긴다. 특히 AI 음성을 활용한 오디오 콘텐츠나 강의 음성이 이러한 방식으로 제작되었다면, 전체 결과물에 대해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 법적 여지가 존재한다. 결국 AI 성우 음성의 저작권 인정 여부는 기술이 얼마나 뛰어나냐가 아니라, 그 결과물에 인간의 창작성이 얼마나 개입되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AI로 생성된 음성의 권리는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AI 성우 음성이 저작물로 인정된다면, 다음으로 중요한 질문은 그 권리가 누구에게 귀속되는가이다. 일반적으로 AI 콘텐츠 제작에는 세 주체가 존재한다. 첫째, AI 모델을 개발하고 음성 엔진을 만든 기업, 둘째, 실제 콘텐츠를 생성한 사용자(크리에이터), 셋째, AI가 학습한 데이터의 실제 음성 제공자다. 이 셋 중 권리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는 각자의 역할과 계약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사용자가 AI 음성 도구를 통해 음성을 생성하고, 그 음성을 상업적 콘텐츠에 직접 활용했다면, 해당 결과물은 창작자(사용자)에게 저작권이 귀속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사용한 음성 엔진의 이용약관, API 사용 조건, 데이터 소유권 규정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반대로, AI가 학습한 음성 데이터에 실존 성우나 연예인의 목소리가 포함되어 있었고, 그와 유사한 결과물이 생성되었다면, 이는 제3자의 퍼블리시티권 또는 인격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결국 AI 음성 결과물은 단순한 기술 산출물이 아니라, 복수의 권리자와 법적 이해관계가 얽힌 복합적 콘텐츠로 봐야 한다.

 

 

AI 음성 해외 사례에서 본 저작물 인정 여부

 

미국 저작권청(US Copyright Office)은 2023년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AI가 단독으로 만든 창작물은 저작권 등록이 불가능하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인간이 AI 생성 과정에 실질적으로 개입했다면, 일부 결과물은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 AI 성우의 음성을 생성한 후 직접 편집, 감정 설정, 대사 배치 등을 수작업으로 수행했다면, 해당 콘텐츠는 인간 창작물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 또한 AI가 생성한 콘텐츠보다는, 해당 콘텐츠가 기존 창작물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AI 성우 음성이 실제 성우의 목소리와 지나치게 유사하거나, 기존 저작물의 일부를 모방한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 또는 퍼블리시티권 침해 소지가 크며, 이는 국가별로 민·형사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의 경우, 2024년부터 ‘음성 모방 및 합성 음성 표시 의무제’를 도입해, 콘텐츠 내에 AI 성우 음성을 사용할 경우 반드시 AI 음성이라는 사실을 고지해야 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흐름은 AI 성우 기술이 단순한 편의 도구가 아니라, 법적·윤리적 기준 위에서 사용되어야 할 책임 있는 도구임을 시사한다.

 

AI 생성 음성 : 향후 국내 제도 정비와 창작자의 대응 방향

 

한국은 아직 AI 생성 음성에 대한 저작권 귀속 기준이나 보호 체계가 구체화되어 있지 않다. 현재 저작권법은 철저히 인간 중심의 체계로 설계되어 있어, AI 성우가 생성한 목소리에 대해 누구에게 권리가 귀속되는지 명확하지 않다. 또한 퍼블리시티권 역시 별도 법률이 존재하지 않고, 민법상 인격권 또는 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호받는 상황이다. 이런 법적 공백 상태는 향후 AI 콘텐츠 관련 분쟁이 발생했을 때, 창작자나 성우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정부는 AI 음성 생성물에 대한 저작권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하고, AI 음성이 기존 인물과 유사할 경우 퍼블리시티권 보호 기준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기술 기업은 AI 음성 도구에 사용된 학습 데이터의 출처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용자가 생성한 음성의 권리가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콘텐츠 제작자는 AI 성우 음성을 사용할 때, 생성 방식, 설정 요소, 편집 범위 등을 기록해 두고, 자신의 창작 개입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AI가 만든 목소리에도 인간의 손길이 더해진다면, 그 결과물은 단순한 기계음이 아닌 법적으로 보호받는 창작물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