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성우와 딥페이크 음성,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AI 음성 기술은 급격한 발전을 거듭하며 사람의 목소리를 정교하게 재현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텍스트 음성 변환(TTS) 기반의 AI 성우 기술은 콘텐츠 제작자에게 효율성과 비용 절감의 이점을 제공하며 영상, 광고, 교육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동시에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실제 인물의 음성을 정교하게 모사하는 딥페이크 음성(deepfake voice) 기술도 빠르게 상용화되며,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는 AI 성우와 딥페이크 음성의 기술적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생성된 음성이 실제 사람의 목소리와 거의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유사할 경우, 그것이 합법적 AI 성우인지, 아니면 특정인을 모방한 딥페이크인지를 청취자나 사용자 입장에서 구별하기가 어렵다. 이로 인해 음성 콘텐츠에 대한 신뢰 붕괴, 사기 범죄 악용, 퍼블리시티권 침해 등이 현실화되고 있으며, 사회 전반에 걸쳐 기술에 대한 윤리적, 제도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AI 성우와 딥페이크 음성의 차이를 기술적·법적 측면에서 구분하고, 그에 따른 사회적 대응 방향을 제안한다.

AI 성우와 딥페이크 음성의 기술적 차이와 모호한 경계
AI 성우는 보통 공개된 음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된 모델이 사용자의 텍스트 입력을 받아 자연스러운 음성으로 변환하는 TTS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특정인의 음성을 모사하려는 목적보다는, 사용자가 설정한 감정, 톤, 언어 스타일을 기반으로 새롭게 생성된 음성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뉴스 내레이션, 제품 설명, 강의 콘텐츠에서 흔히 쓰이는 AI 성우는 특정 인물을 직접 모방하지 않으며, ‘기성 모델’로 개발된 음성을 사용한다.
반면, 딥페이크 음성은 특정인의 실제 목소리를 학습하여 그 사람의 말투, 억양, 말버릇까지 그대로 흉내내는 기술이다. 짧게는 3~5초짜리 음성 샘플만 있어도 원 음성과 거의 구분이 불가능한 수준의 결과물을 생성할 수 있다. 특히 목소리를 조작해 실제 하지 않은 말을 한 것처럼 합성하거나, 특정인의 정체성을 도용하는 데 활용되는 경우, 이는 AI 성우와 명확히 구별되는 ‘딥페이크’ 범주에 포함된다. 그러나 사용자의 입장에서 AI 성우와 딥페이크를 듣고 구분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에, 기술적 구분보다 콘텐츠 사용 목적과 생성 방식에 따른 명확한 정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딥페이크 음성의 악용 사례와 사회적 위험성에 관한 AI 음성
딥페이크 음성이 악용된 대표 사례로는 보이스 피싱 범죄의 정교화를 들 수 있다. 최근 해외에서는 CEO의 목소리를 흉내 낸 딥페이크 음성이 회계 담당자에게 지시를 내리는 방식으로, 수십만 달러의 송금을 유도한 사기 사건이 실제 발생했다. 국내에서도 가족의 목소리를 딥페이크로 생성하여 긴급 상황을 가장하고 금전을 요구하는 범죄가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딥페이크 음성은 기존의 사기 수법보다 훨씬 강력한 신뢰 착시 효과를 유발하며, 피해자가 사기임을 인지하지 못한 채 정보나 자산을 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더 나아가 정치·사회적 영역에서도 악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명 정치인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허위 발언을 유포하거나, 언론인의 목소리로 조작된 뉴스를 전달하는 식의 콘텐츠는 사회 혼란과 여론 조작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는 잠재적 위협이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더 이상 ‘목소리’를 신뢰하지 않게 되고, 이는 정보 전달의 핵심 수단 중 하나인 음성 기반 커뮤니케이션의 신뢰도 자체를 위협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딥페이크 음성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닌, 사회적 안정성과 시민 신뢰 시스템을 흔드는 심각한 위험 요소로 인식되어야 한다.
AI 음성 법적 공백과 딥페이크 음성 규제의 한계
현재 한국에는 딥페이크 음성 자체를 규제하는 명확한 법령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부 조항이 개인정보보호법, 저작권법, 부정경쟁방지법 등으로 대응이 가능하긴 하지만, 딥페이크 음성이 ‘성대 모사’인지 ‘인격권 침해’인지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 기준이 부재한 상황이다. 특히 특정인의 음성을 흉내 냈더라도 그 음성이 원음과 ‘유사하다’는 주관적 기준만으로는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에, 실제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자신의 권리를 입증하기 매우 까다롭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선거 기간 중 딥페이크 영상·음성 콘텐츠의 유포를 제한하는 법을 제정했으며, 유럽연합은 AI 투명성 확보를 위한 ‘AI법(AI Act)’에서 고위험 AI로 딥페이크를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한국도 최근에는 딥페이크 영상물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하고 있으나, 음성에 대한 별도 기준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는 AI 성우와 딥페이크의 구분이 법적으로 애매한 이유 중 하나다. 앞으로는 딥페이크 음성이 포함된 콘텐츠에 대해 생성 기술, 목적, 사용 방식 등을 기준으로 위험 등급을 부여하고, 고지 의무 또는 유통 제한을 설정하는 법제화가 필요하다.
사회적 대응 방안 : 기술적 식별, 고지 의무, 윤리 교육의 3박자가 필요한 AI 성우
AI 성우와 딥페이크 음성을 구분하고, 그 사용을 책임 있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술, 제도, 인식의 3가지 축이 동시에 강화되어야 한다. 첫째, 기술적 식별 기능이 필요하다. AI로 생성된 음성에는 디지털 워터마크나 메타데이터 삽입 기능을 통해 해당 음성이 인공지능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자동으로 식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기술은 콘텐츠 플랫폼이 콘텐츠 유통 전 자동 검열·필터링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둘째, 법적·제도적 측면에서는 AI 성우 및 딥페이크 음성의 사용 시 고지 의무를 법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광고나 영상에서 AI 음성이 사용되었을 경우 “이 음성은 인공지능으로 생성된 AI 음성입니다”라는 문구를 필수로 삽입하게 하면, 소비자는 오인을 피하고 콘텐츠를 판단할 수 있는 선택권을 보장받는다. 셋째, 일반 대중과 콘텐츠 제작자를 대상으로 하는 AI 윤리 교육과 미디어 문해력 프로그램이 강화되어야 한다. 단순히 기술을 사용할 줄 아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사회와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와 책임감이 동반될 때, AI 기술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