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성우 저작권

AI 성우 논란, 무단 학습과 법적 쟁점

rich-news1 2025. 6. 28. 14:00

AI 성우 기술이 일반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된 계기 중 하나는, 실제 성우와 유사한 목소리가 AI에 의해 무단으로 재현된 사례들이 공개되면서부터다. 기술이 발전하기 전에는 인간 성우의 고유한 감정 표현, 억양, 리듬 등을 모방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음성합성 알고리즘이 고도화되면서, 특정 성우의 목소리를 거의 완벽하게 흉내 낸 AI 음성이 콘텐츠에 사용되기 위해 시작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성우 본인의 동의 없이, 그들이 방송이나 콘텐츠에 참여하며 남긴 음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몇몇 성우들은 본인의 목소리와 유사한 AI 성우 음성이 유튜브 영상, 오디오북, 광고 등에 사용되고 있음을 뒤늦게 알고 충격을 받았다. 이 사건은 단순한 기술적 재현이 아니라, 인간의 창작물과 인격적 표현물에 대한 무단 활용이라는 심각한 법적·윤리적 문제로 확산다.

AI 성우 논란의 시작

대표적 사례: 성우 A의 목소리와 유사한 AI 음성 사용 논란

2023년 후반, 한 유명 성우의 팬 커뮤니티에서 제기된 AI 성우 음성 논란이 크게 쟁점 된 바 있다. 팬들이 특정 유튜브 채널에서 사용된 AI 음성이 해당 성우의 목소리와 거의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여 성우 본인에게 전달했다. 성우는 이를 확인한 후, 자신이 절대 허락한 적이 없는 프로젝트에서 자신의 목소리와 유사한 음성이 쓰인 사실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콘텐츠 제작자는 "해당 AI 음성은 상용 TTS 해결을 통해 생성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결과적으로 기술이 의도했든 아니든, 특정 인물의 음성적 특징을 모방하고 있었음은 분명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우연한 유사성’으로 치부하기에는 기술적 정교함이 너무 높았고, 오히려 특정 성우의 음성을 모형 대상으로 삼은 의혹까지 제기되었다. 법적 절차는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피해 성우는 결국 심리적 스트레스와 이미지 훼손을 이유로 소송을 준비하게 되었다. 이 사례는 성우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AI 학습의 실질적 위험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AI 성우 법적 쟁점: 목소리는 보호받는 창작물인가?

 

AI가 성우의 목소리를 무단 학습하고, 이를 유사한 형태로 재현하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목소리가 법적으로 보호받는 창작물인가?'라는 질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저작권법은 ‘고정된 형태의 창작물’을 중심으로 보호 대상을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목소리처럼 비고정적이고, 감정·억양 등 개인의 표현적 특성이 담긴 요소는 그 자체로 저작물로 인정받기 어렵다. 다만, 특정 대사나 연기 자체가 독창적인 표현으로 판단되는 경우, 그 녹음물이 ‘음반’이나 ‘실연’으로 보호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해당 음원의 무단 복제에만 적용될 뿐, AI가 이 음성을 학습하여 유사하게 ‘새로 생성’한 경우까지 법적 보호를 받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런 법의 사각지대는 AI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범의 한계를 드러낸다. 미국이나 유럽은 퍼블리시티권 개념을 통해 목소리·이름·이미지 등 개인의 정체성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한국은 아직 관련 법 제정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피해 성우들은 명예훼손, 초상권 침해, 부정경쟁방지법 등 우회적인 법률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창작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논의의 시작점이 될 AI 성우 논란

 

현재 발생하고 있는 AI 성우 관련 논란은 단지 기술 기업과 개인 성우 간의 갈등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우리 사회가 '창작자 보호'에 대해 어떤 기준을 세울 것인지, 그리고 디지털 시대에 인간 표현의 권리를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지를 묻는 거대한 담론이다. 단기적으로는 AI 학습 데이터 수집 단계에서 사전 동의 절차를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기업이 음성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학습시킬 경우, 해당 데이터의 출처와 권리관계를 명확히 공개하고, 창작자의 거부권을 존중해야 한다. 또한 성우와 같은 전문 창작자들은 자신의 음성을 디지털 저작권 형태로 등록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목소리, 억양, 말투와 같은 인격적 요소를 포함하는 콘텐츠를 보호하는 새로운 법률의 제정이 불가피하다. 목소리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그것은 창작자의 정체성이며, 반복 불가능한 고유 표현이다. AI 기술이 그 정체성을 흉내 낼 수는 있지만, 그 권리까지 복제할 수 있어서는 안 된다. 창작자의 권리가 기술보다 먼저 고려되는 사회라야, 진정한 기술 윤리가 실현될 수 있다.

 
 

 

해외 사례에서 배우는 AI 성우 저작권 보호의 실마리

AI 성우 기술로 인한 저작권 분쟁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에서도 이미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이 문제를 제도적으로 선제 대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는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이 권리는 사람의 성명, 음성, 이미지 등 정체성을 상업적 용도로 사용할 때 당사자의 동의를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특히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고인이 된 연예인의 목소리나 이미지를 AI가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는 생전 아니라 사후에도 목소리와 인격권이 보호받는다는 의미다.

2023년,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던 유명 성우가 자신의 목소리를 모방한 AI 음성이 게임에 등장했다며 제작사를 고소한 사건도 있었다. 이 사건은 제작사가 "오픈소스 TTS 기술을 사용했을 뿐 특정 성우의 목소리를 직접 학습시킨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특정인의 음성을 유사하게 구현해 이익을 취했다면 퍼블리시티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례는 앞으로 AI 성우 기술을 사용할 때, 고의성 여부와 무관하게 피해자의 정체성과 유사성이 인정된다면 법적 책임이 따를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이처럼 해외는 이미 '목소리는 보호받아야 할 자산'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제도를 개선하고 있으며, 기술의 활용과 창작자 권리 사이에 명확한 선을 긋고 있다. 한국에서도 단지 AI 기술 발전을 따라가기보다는, 선진 사례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법제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AI 시대에 성우들이 권리를 지키기 위한 현실적 대응 방안

기술의 발전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창작자가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갖추는 것은 가능하다. 특히 성우와 같은 음성 창작자는 다음과 같은 전략을 통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첫째, 계약서 작성 시 'AI 학습 금지 조항'을 명확하게 포함해야 한다. 성우가 방송, 광고, 유튜브 등 어떤 콘텐츠에 참여하든, 음성 데이터의 사용 범위와 목적, AI 학습 여부에 대한 조건을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자신의 음성을 담은 콘텐츠를 AI 크롤링에서 제외할 수 있는 기술적 조치, 예를 들어 NOA, no index 같은 메타태그를 삽입하거나, AI 학습 차단을 선언하는 마크업을 적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셋째, 본인의 음성을 특정 음성 인식 DB에 정식으로 등록하고, 등록 사실을 공표함으로써 법적 권리 주장의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 최근에는 NFT(Non-Fungible Token) 기반으로 음성을 저작권처럼 등록해 보호하는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이런 방식은 AI 기술이 무단으로 학습하거나 상업적으로 활용할 경우, 침해 사실을 입증하고 정당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우들이 권리 보호의 주체로 나서는 인식의 전환이다. 지금까지는 목소리가 무형의 자산이라는 이유로 소홀히 다뤄졌지만, 앞으로는 기술이 그 가치를 증폭시키는 만큼, 그 권리 또한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흐름은 단순히 개별 성우의 문제가 아니라, 인공지능 시대 모든 창작자의 공통 과제이자 권리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