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성우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콘텐츠 제작의 비용과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술의 핵심 기반인 음성 학습 데이터가 누구로부터, 어떤 방식으로 수집되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AI가 특정 성우나 유명인의 목소리와 유사한 음성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침해 및 퍼블리시티권 침해 가능성입니다.
여기서 많은 기술 기업이 방패로 삼는 개념이 바로 공정 사용(Fair Use)입니다. “일정 수준의 창작물 활용은 허용된다”는 원칙은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한 개념으로, 교육, 비평, 보도, 연구 등 목적이라면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제한적으로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둡니다. 하지만 AI 성우 기술이 실제 성우의 목소리와 매우 유사한 음성을 만들어내고, 이를 상업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기존의 공정 사용 논리가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AI 성우와 공정 사용 간의 충돌 지점을 살펴보고, 실제 사례, 법적 해석, 그리고 향후 AI 시대에 적합한 공정 사용의 재정립 방향을 분석합니다.

🟨공정 사용(Fair Use) 개념과 AI 성우의 충돌
공정 사용이란 저작권법의 예외 조항으로,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도 저작물을 일부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개념입니다. 일반적으로 공정 사용 판단에는 네 가지 기준이 적용됩니다.
- 사용의 목적과 성격(상업적/비상업적 여부)
- 원작의 성격
- 사용된 양과 비중
- 시장에 미치는 영향
AI 성우 기술이 이 기준을 충족시키는지는 매우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상업적 목적으로 특정 성우의 음성과 유사한 AI 음성을 사용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우, 이는 공정 사용 요건 중 ‘비상업성’을 명백히 위배합니다.
또한 AI가 음성을 학습하기 위해 전체 목소리를 복제하거나 수천 개의 문장을 활용하는 경우, 이는 ‘사용된 양’에서도 공정성을 주장하기 어려운 구조가 됩니다. 특히 AI가 학습한 음성 모델을 대체 불가능한 형태로 활용하게 된다면, 이는 원저작물의 시장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므로, 네 번째 기준도 충족하지 못합니다.
결국 기존의 공정 사용 개념은 문서·이미지·음악 등 전통적 창작물에 한정되어 발전해 왔기 때문에, AI 성우 기술처럼 새로운 방식의 복제와 생성이 가능한 시대에는 기존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 실제 사례로 본 AI 성우와 공정 사용의 충돌과 현실적 한계
AI 성우와 공정 사용이 충돌한 대표적인 사례는 2023년 미국에서 발생한 유명 유튜브 채널의 사건입니다. 해당 채널은 AI 성우 기술을 통해 실제 유명 성우의 목소리와 매우 유사한 AI 음성을 생성하여 애니메이션 요약 영상에 활용했고, 이에 따라 해당 성우가 퍼블리시티권 및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채널 측은 “교육 목적이며 원작을 대체하지 않는다”며 공정 사용(Fair Use)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해당 영상은 광고 수익이 발생하는 상업적 콘텐츠였으며, AI로 생성된 음성이 원 성우의 정체성과 명백히 연결된다는 점에서 단순한 패러디나 해석이 아닌 실질적인 대체 효과를 가졌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또한, 2024년 일본에서도 특정 AI 플랫폼이 유명 성우의 음성 패턴을 학습시켜, 캐릭터 대사를 자동 생성하는 시스템을 상용화하려다 성우 조합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힌 사례가 있습니다. 해당 기업은 오픈소스 기반의 학습을 근거로 삼았지만, 성우 측은 “성우는 자신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전문 직업인”이라며, 공정 사용을 적용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공정 사용이라는 논리가 AI 성우 기술에는 거의 적용되지 않는 현실적 한계를 드러내며, 앞으로 유사 사례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 퍼블리시티권 침해와 공정 사용의 경계에 있는 AI 성우 기술
AI 성우와 공정 사용 논의에서 가장 민감한 쟁점은 퍼블리시티권과의 충돌입니다. 퍼블리시티권은 개인이 자신의 이름, 초상, 음성 등 정체성 요소를 상업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권리로, 미국, 독일,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인정되고 있습니다.
AI 성우가 특정 인물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그 음성이 콘텐츠에 활용되어 금전적 이익을 창출했다면, 이는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경우에는 공정 사용이라는 논리가 아예 적용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퍼블리시티권은 저작권과는 별도의 권리 체계로, 개인의 인격권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AI로 만들어진 음성이 특정인의 목소리를 완전히 복제하지 않더라도, 그 특성이 명확히 식별된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유명인의 목소리와 유사한 AI 음성을 광고, 오디오북, 유튜브 등에 사용하는 경우, 소비자에게 해당 유명인이 실제로 참여한 것처럼 오인시킬 가능성이 커지며, 이는 심각한 법적 책임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퍼블리시티권 침해에 대해서는 단순한 음성 유사성 여부가 아니라, 상업적 목적, 고의성, 유사한 정체성 판단 기준 등 복합적인 법적 요소가 작용하게 되며, 이 역시 기존 공정 사용의 틀로는 보호받기 어렵습니다.
🟨 AI 시대에 국제적 공정 사용의 재정립이 필요한 이유
AI 성우 기술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 진보가 아니라, 기존 저작권 개념 전체를 재검토하게 만드는 전환점입니다. 더 이상 ‘복사’나 ‘인용’이라는 개념만으로는 AI가 생성하는 콘텐츠의 경계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AI는 단순히 기존 데이터를 변형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식과 표현으로 인간의 창작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공정 사용은 전면적인 재정립이 필요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기준이 새롭게 논의되어야 합니다:
- AI 생성물의 데이터 출처 명시 여부
- 음성 유사성이 타인의 정체성과 연결되는지 여부
- 사용 목적이 상업적 수익을 추구하는지 여부
- 원 저작자의 창작 시장을 실질적으로 대체하는지 여부
또한 국가 간의 법률 해석 차이를 줄이기 위한 국제적 기준 정립과 협약 체결이 병행되어야 하며, AI 성우 기술처럼 정체성과 인격이 결부된 창작물에 대해서는 별도의 예외 조항과 보호 기준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 공정 사용의 재정립과 AI 기술의 윤리적 기반 필요
AI 성우 기술은 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재구성할 만큼 강력한 잠재력을 지녔습니다. 그러나 그 잠재력은 기술적 혁신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사용된 음성 데이터의 정당성, 생성된 콘텐츠의 법적 명확성, 그리고 창작자와 소비자의 권리 보호가 균형을 이루는 윤리적 기반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의 공정 사용 기준은 AI 성우 기술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시대의 기술에 맞는 새로운 법적 기준을 만들어야 할 시점에 있습니다. 그것이 AI 기술이 사회와 공존하고 신뢰받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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